정월대보름에 먹는 음식, 부럼깨기

새해 첫 보름달이 떠오를 즈음이면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려는 마음이 곳곳에서 피어난다. 이때 온 가족이 모여 달빛 아래 소원을 빌며 풍요로운 기운을 나누는데, 자연스레 특별한 먹거리들도 빠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월대보름 음식 중에는 오곡밥과 나물, 그리고 부럼깨기가 대표적이다. 각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곡물과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한다는 점은 한결같다. 덕분에 건강도 챙기고 전통문화도 이어갈 수 있어 많은 이들이 매년 이 시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몸과 마음이 모두 든든해지는 느낌 덕분인지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여러 행사나 체험 프로그램 등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오곡밥은 여러 가지 곡류를 한데 섞어 만드는 음식으로, 주로 보리·콩·팥·찹쌀·수수 등을 활용한다. 각 곡물이 지닌 맛과 영양이 골고루 어우러져 깊고 구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쌀밥에 비해 식감이 풍부하고 포만감이 커, 식사 한 끼만으로도 든든함이 오래간다. 전통적으로 한 해의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귀한 날에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오곡밥을 지을 때는 물 양을 조금 조절해 각 재료가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살아나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이렇게 완성된 밥 한 숟갈에 기름진 나물 반찬을 곁들이면 다채로운 맛이 어우러지면서 먹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나물은 신선한 채소를 데치거나 볶아 간단히 무친 것으로, 각종 영양소를 손쉽게 보충해 준다. 정월대보름에는 시금치·고사리·도라지 등 준비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 두곤 했다. 이렇게 여러 나물을 한 데 놓고 보면 색감이 다채로워 눈으로 보는 재미도 크다. 전통적으로는 한 해 동안 편안함을 누리라는 의미를 담아 풍성하게 준비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물무침은 만드는 과정도 간단해 현대인들의 식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정월대보름 음식 중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편이다. 곡물 밥에 곁들여 먹으면 맛과 영양 균형을 한층 더 높여 준다.

마지막으로 부럼깨기는 이른 아침에 호두·땅콩·잣 등의 견과류를 깨물어 먹으면서 한 해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예로부터 귀를 멀리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한다는 속설이 전해졌는데, 영양가가 풍부한 견과류를 섭취할 수 있어 실제 건강에도 보탬이 된다. 오곡밥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 뒤, 신선한 나물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영양 시너지가 한층 커진다. 여러 의미가 담긴 이 전통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주변 사람들과도 인사를 건네며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게 된다. 잠시나마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보름달의 환한 빛을 보며 다 함께 즐기는 시간이야말로 이 시기를 기다리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싶다.